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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고객 숙인 수입차 최장수 CEO, '불타는 BMW' 파격 조치는…

최종수정 2018.08.08 11:15기사입력 2018.08.08 11:15

수입차 업계 고졸 신화
아시아인 최초 본사 임원 올라
화재 위기 덮쳐 사면초가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최근 발생한 'BMW차량 화재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최근 발생한 'BMW차량 화재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고객 분들과 국민 여러분, 정부 당국에 불안과 심려를 끼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에 국민여론이 들끓자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18년 동안 BMW 코리아를 이끌어 온 김 회장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올들어 BMW 디젤 차량에 30여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BMW 42개 차종 10만6000대의 차량에 대해 대대적인 리콜이 확정됐다. 이는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다. 리콜 결정 후에도 화재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운행 자제 권고까지 내린 상태다. 여기에 2016년부터 화재 가능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늑장 대응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불안감에 소비자들은 집단 소송에 나섰으며 '불나는 차'라는 오명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회장에게는 '고졸 신화' '수입차 최장수 토종 CEO' 등 각종 수식어가 붙어있다. 1957년생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74년 증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외국계 회사인 하트포드화재보험와 미국 제약회사 한국 신텍스를 거쳐 1995년 재무담당 상무로 BMW 코리아에 합류했다.

외환위기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당시 다른 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축소할 때 김 회장은 본사에 "BMW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계획이 아니라면 오히려 지금이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설득했다. BMW는 고민 끝에 2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했다. 1998년 연간 320대까지 줄어들었던 BMW의 한국 내 자동차 판매는 이 투자를 발판으로 2001년 2700여대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1999년에는 BMW 본사에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글 내비게이션 개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한글은 독일어, 영어와 함께 BMW 고급 세단 7시리즈 모니터에 들어가는 3번째 언어가 됐고, 수입차 업계 최초로 한글 매뉴얼 작업도 진행됐다. 김 회장은 2000년 BMW그룹 최초의 현지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BMW는 외국에 진출할 때 일반 직원들은 현지에서 고용하지만 총책임자만큼은 본사에서 직접 파견하는 게 원칙이다. 순혈주의를 강조해온 BMW가 법인사장에 한국인을 맡긴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2003년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BMW 본사 임원 자리에 올랐고 10년 후인 2013년에는 BMW그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석부사장은 이사회 멤버 바로 아래 직급이다. BMW그룹은 전 세계 법인에 350명가량 부사장을 두는데 수석부사장은 50여명뿐이다. 2014년에는 BMW 그룹 본사를 설득해 중국, 일본이 아닌 한국에 아시아 최초로 BMW 드라이빙 센터를 유치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회장직에 올랐다.

순항하던 김효준 호는 최근 3년간 잇단 암초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고 있다. 2016년에는 벤츠에 국내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지난해에는 8만여 대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ㆍ변조와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 사용으로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는 단일업체 환경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올해는 화재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김 회장은 이번 화재 사태에 있어서 무엇보다 책임감과 고객 우선을 강조했다. 독일 본사에서는 문제가 되는 차량만 리콜하는 부분 리콜을 제안했지만 김 회장은 "0.01% 가능성이 있는 모델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며 전량 리콜을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또한 BMW 코리아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콜 전담 고객센터와 서비스센터를 24시간 가동하고 긴급 안전 진단 기간 동안 고객에게 렌터카를 제공키로 했다. 이와 함께 긴급 안전 진단을 받은 차량이 리콜 전까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동급의 신차로 교환해주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수입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김 회장은 당초 지난해 2월 정년을 맞았지만 독일 본사에서 3년 임기 연장을 요청하자 고심끝에 이를 받아들여 오는 2020년까지 BMW 코리아를 이끌게 됐다. 그가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명예롭게 퇴진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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