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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공장 르포]소하 라인의 침묵…인근 식당주인의 탄식

최종수정 2017.09.25 11:23기사입력 2017.09.25 11:23

공장 남문·후문 인기척 조차 없어…상인들 깊은 시름
26만여대 초과 생산…고임금 구조로 향후 투자 불투명

23일 찾은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중문 전경. 경비를 제외하곤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하다. 기아차는 9월부터 잠정 특근 중단에 들어갔으며 25일부터 하루 30분간 해오던 잔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명=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기하영 기자]"특근과 잔업이 없어지면서 저녁 회식도 줄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네요."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근처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기아차의 특근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장이야 인근에 아파트도 있고 학교도 있어 손님이 급격히 줄진 않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아차 가 25일부터 하루 30분간 해오던 잔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09년 1월 금융위기 여파 때문에 일부 잔업 중단은 있었지만 전면 중단은 이번이 회사 설립(1962년) 후 처음이다. 특근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만큼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공장 주변 분위기 울상= 지난 토요일(23일) 찾은 기아차 소하리공장 주변은 한적했다. 마을버스가 소하리공장 출하사무소를 지나 중문을 거쳐 정문에 이르렀지만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운전기사는 "주말이라 공장에 근무하는 이들이 없는 것 같다"며 "최근 주말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공장 남문과 후문에도 경비만이 출입문을 지키고 있을 뿐 공장 안에서 인기척을 느끼긴 어려웠다.

1973년에 설립된 기아차 소하리공장은 연간생산능력 32만대로 기아차 공장의 모태로 여겨진다. 축구장 71배 크기에 근무인원은 5200명에 달한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점심시간을 맞아 남문과 후문에 위치한 식당에 들어가 보니 기아차 직원들은 없고 주말 외식을 나온 인근 아파트에 주민들이 대다수였다. 남문 근처 한 식당 주인은 "9월부터 특근이 없어지면서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얘기가 오간다"며 "우리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하리 공장 뿐만 아니라 화성, 광주 생산라인도 이달부터 주말 특근을 하지 않아 주변 상권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넘치는 재고, 잔업 중단 불가피= 기아차는 넘치는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로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회사는 이번 결정으로 연간 4만1000대 이상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 재고량을 보면 1개 공장 연간 생산량에 육박하는 물량이 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 상반기 기아차 소하리, 화성, 광주 공장의 총 생산량은 77만4514대였다. 공장 가동률은 103.4%나 됐다. 판매량(내수+해외)은 50만7874대로 26만6640대가 초과 생산됐다. 이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는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중국 내 5공장(충칭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 30만대에 맞먹는 수준이다.

재고 문제는 국내보다 미국(조지아), 중국(옌청) 공장이 더 크다. 현대기아차 전체로는 현재 연 900만대 이상 생산능력을 갖췄는데 올해 글로벌 판매가 700만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만대 이상의 '과잉 생산'이 숙제로 남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정확한 재고량을 공개하지 않지만 "적정 수준의 재고선을 넘은 것은 분명한 상황"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있다.

23일 찾은 경기도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 정문 전경.

◆인건비 부담에 향후 투자 불확실= 그런데도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31일 노조와 벌인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재판부가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회사는 근무 체계를 변경할 이유가 커졌다.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이 늘어날 상황에 사측으로서는 부담을 그나마 줄이려면 아예 수당이 지급되는 잔업 자체를 축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 이후 잔업, 특근까지 하면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잔업 중단으로 생산직 1인당 연간 100만원 가량 연봉이 준다. 특근축소까지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고임금 구조는 글로벌 업체와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개발(R&D)에 투입될 자금이 임금으로 쏠리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연간 평균임금은 9213만원으로 토요타(9104만원), 폭스바겐(8040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5개사의 매출액 대비 평균임금 비중도 12.2%로 폭스바겐(9.5%), 토요타(2012년 7.8%)를 웃돌았다. 매년 인건비 부담이 커져 회사로선 추가 채용 등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용근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자동차산업이 30년간 지속된 대립적 노사 관계와 최고의 인건비 부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안고 있다"며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재도약할 것인가 후퇴인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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